젠하이저vs소니vs보스, 소음을 없애는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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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하이저vs소니vs보스, 소음을 없애는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
  • 양윤정 기자
  • 승인 2017.09.12 16: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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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에서 허락한 유일한 마약이 음악이라 했던가. 음악은 그 어떤 예술보다도 우리에게 친숙하다. 음악을 듣는 시간, 장소는 제한되지 않는다. 스마트폰과 이어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그런데 언제 어디서나 좋은 환경에서 음악을 들을 순 없다. 대중교통의 엔진 소리, 사람들의 말소리, 나와 음악의 시간을 방해하는 소음들 때문에 오로지 음악에만 집중할 수가 없다. 이럴 때 음악 외의 소음을 모두 사라지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노이즈 캔슬링 기술이 적용된 음향기기라면 이런 불평을 하지 않아도 된다. 노이즈 캔슬링, 마법처럼 듣고 싶지 않은 소음을 없애주는 기술이다.

 

소음 차단

▲ 오버이어 헤드폰은 이어패드가 귀 전체를 덮어 주변의 소음이 쉽게 들어가지 못하게 한다.

노이즈 캔슬링(noise canceling)은 이름 그대로 소음을 차단하는 것을 의미한다. 음향 기기에서 외부 소음을 차단하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흡음재, 차음재를 이용한 수동 소음 제어와 소음 감소 기술을 적용하는 능동 소음 제어다. 전자는 이어폰의 경우 커널형 방식을 채택하거나 차음에 효과적인 메모리폼과 같은 이어팁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헤드폰은 밀폐형 구조로 설계하는 방식으로 실현한다.

▲ 귀에 걸어 이용하는 오픈형 이어폰에 비해 귀 안쪽으로 끼워 넣는 커널형이 차음 효과가 뛰어나다.(위 오픈형/아래 커널형)

하지만 수동 소음 제어를 적용한 제품들은 노이즈 캔슬링이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주로 ‘노이즈 캔슬링’이라 표기되는 제품들은 후자, 능동 소음 제어에 해당되며 해당 기사에서도 능동 소음 제어 방식을 노이즈 캔슬링이라 지칭한다.

 

소리를 소리로 상쇄시키다

▲ 상쇄 간섭은 반대 파동이 서로 중첩될 때 소멸되는 현상을 의미한다.(사진-위키백과)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그리고 소음에는 소음이다. 노이즈 캔슬링은 방해되는 소음을 감지해 그 소음을 상쇄시키는 또 다른 소음을 발생시켜, 청자의 귀에 전달되는 소음을 감소하는 기술이다. 소리 역시 파동으로 전달되기 때문에 간섭 현상이 일어난다. 간섭 중 상쇄 간섭은 반대 파동이 중첩될 때 서로 소멸되는 현상이다. 노이즈 캔슬링이 적용된 헤드폰은 이런 상쇄 간섭을 이어폰/헤드폰 내에 일으켜 음악 감상을 방해하는 외부 소리를 줄인다.

노이즈 캔슬링은 마이크를 통해 소음을 감지한다. 헤드폰 외부 혹은 내부에 달려있는 마이크로 소음을 인식하고 노이즈 캔슬링 회로에서 반대 음파를 내보내 소음을 감소한다. 노이즈 캔슬링 기술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배터리 사용이 필수다. 이 때문에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은 일반 헤드폰보다 무겁고 부피가 크지만 최근 블루투스 헤드폰이 상용화되면서 배터리, 마이크, 노이즈 캔슬링 유닛 등의 탑재로 인한 무게 및 부피 상승은 치명적인 단점으로 적용되지 않는다.

▲ 헤드폰의 장력이 약하면 귀와 이어버드 사이의 공간으로 소음이 흘러들어간다.

노이즈 캔슬링 기술을 사용하면 수동 소음 제어 방식보다 더 효과적으로 외부 소음을 차단할 수 있다. 각각의 장단점이 있지만 수동 소음 제어 방식은 이어패드가 얼마나 귀에 꽉 달라붙어 있는가로 차음 성능이 결정되기 때문에 성능과 머리의 고통이 비례한다. 반면, 노이즈 캔슬링은 상쇄 간섭을 이용하기 때문에 헤드폰의 장력이 약해도 높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젠하이저 vs 소니 vs 보스

노이즈 캔슬링 기술 자체는 20세기 중반에도 있었지만 1980년 경 독일 루프트한자 항공사가 젠하이저에게 승무원을 위한 노이즈 감소 헤드폰 제작을 문의하면서 본격적으로 음향기기 분야에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현재는 여러 음향기기 브랜드에서 노이즈 캔슬링 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그중 인지도가 가장 높은 젠하이저, 소니, 보스의 대표 노이즈 캔슬링 제품들로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의 성능을 확인해보자.

 

 

젠하이저 PXC550 Wireless

NoiseGard

젠하이저는 앞서 말했듯 헤드폰에 노이즈 캔슬링 기술을 적용한 시초로 일컬어진다. 젠하이저 고유의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능동 소음 제어) 기술은 NoiseGard로, 젠하이저 PXC550 Wireless에도 NoiseGard가 적용돼 헤드폰 내/외부에 탑재된 마이크 4개로 음악 감상에 방해가 되는 소음을 감소시킨다. 헤드폰 외부에는 고주파대역의 소음을 줄이는 마이크 2개가 있으며 내부에는 저주파 대역의 소음을 줄이는 마이크 2개가 탑재됐다.

노이즈 캔슬링을 적용하면 타인의 말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음악 감상 도중 대화를 하기 위해선 헤드폰을 벗거나 노이즈 캔슬링 기술을 해제해야 한다. 이런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젠하이저 PXC550 Wireless는 헤드폰을 벗지 않아도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Talk Through를 적용, 오른쪽 이어버드를 두 번 터치해 해당 기능을 활성화하면 재생 중이던 음악이 중단되고 노이즈 캔슬링도 해제돼 말소리를 들을 수 있다.

 

공항과 젠하이저 PXC550 Wireless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은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기내 소음을 줄이는 용도로 시작됐다. 기내에서는 비행기의 엔진 소리뿐만 아니라 책장을 넘기는 소리, 볼펜의 딸깍 소리, 대화 소리, 코고는 소리, 아이의 울음소리 등의 일상적인 소음들이 우리를 괴롭힌다. 2-3시간 남짓 짧은 비행이라면 견딜 수 있지만 10시간이 넘는 장거리 비행이면 신체적 고통과 함께 장시간 동안 정신적 고통까지 느껴야 한다.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은 고통을 부르는 소음을 효과적으로 제거해 편안한 비행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비행기는 타지 못했지만 아쉬운 대로 기내 못지않게 소란스러운 공항을 찾았다. 목요일의 김포공항, 주중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드르륵 드르륵’ 캐리어를 끄는 소리, 여행에 들뜬 사람들의 말소리, 안내 방송, 멀리서 들리는 비행기의 이착륙 소리 그리고 공항 근처 지하철역에서 들리는 전동차 소리까지 다양한 소음들이 한 데 어울려져 탑승수속 앞 의자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기사를 쓰는 기자를 괴롭혔다.

젠하이저 PXC550 Wireless의 NoiseGard는 우측에 있는 스위치로 조작할 수 있다. 가장 위로 올리면 100%, 가장 아래로 내리면 OFF, 중앙에 두면 젠하이저 전용 애플리케이션 Cap Tune으로 정도를 조절할 수 있다. 최대 80dB의 소음이 들렸던 김포공항에서 NoiseGard 100%로 맞추니 넓은 공항에 울려 퍼졌던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와 캐리어 끄는 소리가 바로 눈앞에서 지나가도 들리지 않았다. 또한, 근처가 아니면 대화소리도 인지하지 못했고 안내 방송 소리도 제대로 집중하지 않으면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작게 들렸다. 오른쪽 이어버드를 두 번 두드려 Talk Through를 실행하니 비로소 국내선을 이용할 때 신분증을 꼭 챙기라는 안내 방송을 선명하게 들을 수 있었다.

 

소니 MDR-1000X

SENSE ENGINE

소니 MDR-1000X에 적용된 노이즈 캔슬링 기술은 SENSE ENGINE이다. SENSE ENGINE은 디지털 엔진과 듀얼 센서(외부 센서/내부 센서)로 소음을 감지하고 분석해 잡음을 제거한다. SENSE ENGINE의 가장 큰 특징은 사용자에 최적화된 노이즈 캔슬링 효과를 제공하는 것이다. SENSE ENGINE은 개인별로 노이즈 캔슬링 효과를 느끼는 정도가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고 착용자의 특성을 감지해 최적의 노이즈 캔슬링이 실현되도록 설계했다. AI NC로 주변 환경도 분석할 수 있다.

오른쪽 이어버드에 손을 가져가면 퀵 어탠션 모드가 실행된다. 퀵 어탠션 모드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게 음악 소리를 줄이고 외부 소음과 목소리를 키워준다. 이어버드에 손을 떼지 않는 이상 퀵 어택션 모드는 계속 지속된다. 원하는 소리를 선택해 들을 수 있는 Ambient Sound는 2가지 모드를 제공한다. 안내방송과 같은 사람의 목소리나 경적음을 전달하는 음성 모드, 주변 소음을 음악과 비슷한 사운드로 함께 들려주는 일반 모드가 있다.

 

대중교통과 소니 MDR-1000X

비행기를 탈 일이 많지 않은 사람들에겐 버스나 지하철과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노이즈 캔슬링이 유용하게 사용된다. 지하철과 버스의 소음은 평균 70dB 정도가 나온다.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을 이용하면 엔진 소리, 문이 여닫히는 소리 등 주변 소음의 방해 없이 조용히 음악만을 즐길 수 있지만, 안내 방송으로 내려할 정류장을 파악해야 해 소음은 제거하되 사람의 음성은 그대로 전달하는 모드를 지원하거나 노이즈 캔슬링 정도를 조절할 수 있는 제품이 좋다.

출퇴근길 1시간은 소니 MDR-1000X와 함께했다. 먼저 지하철을 타고 소니 MDR-1000X의 NC 버튼을 길게 눌러 옵티마이즈 기능을 실행했다. 옵티마이즈는 사용자의 주변 환경을 감지해 최적의 노이즈 캔슬링을 부여하는 기능이다. 옛날 전자 게임 음악과 비슷한 전자음이 들리고 끝났다는 음성 안내와 함께 음악 외의 소음이 사라졌다. 옵티마이즈 실행 전과 후의 차이는 크지 않지만 미세하게 다르다는 것이 느껴져 장시간 같은 공간에 있게 된다면 우선 실행시키는 것이 좋다.

노이즈 캔슬링 OFF 상태에서는 바람이 웅웅거리는 것 같은 소리로 인해 도저히 음악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마찬가지로 Ambient Sound 일반 모드도 소음이 음악 볼륨과 비슷한 크기로 들려 음악 감상에 방해가 됐다. 반면, Ambient Sound 음성 모드는 정류장 안내 방송은 들리지만 버스, 지하철 엔진 소음이 거의 들리지 않아 내릴 정류장을 놓치지 않고 편안하게 음악을 감상할 수 있었다.

가장 유용한 기능은 퀵 어텐션이다. 헤드폰은 부피가 크기 때문에 벗고 다시 착용하는 과정이 가볍지 않다. 소니 MDR-1000X는 손을 오른쪽 헤드폰에 가져가면 음악이 멈추고 들리지 않았던 상대의 목소리가 헤드폰을 통해 전달된다. 버스 안에서 조용히 음악을 감상하다 퀵 어텐션을 사용하니 라디오에서 흘러나오고 있던 아이유의 ‘팔레트’의 가사가 제대로 들려왔다.

 

보스 QC 35

QuietComfort

보스의 노이즈 캔슬링 기술의 역사는 197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보스 박사는 비행기의 소음 때문에 음악에 집중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외부 소음을 사라지게 하는 기술 개발에 착수한다. 보스는 지속적인 개발로 파일럿용 노이즈 캔슬링 헤드셋, 미 육군 전투 차량 대원용 헤드셋을 거쳐 일반인들을 위한 QC 시리즈를 내놓았다.

보스 QC 35는 내부와 외부에 장착된 초소형 마이크 2개로 밖의 소음과 안의 소음을 감지해 디지털 전자 회로에 보낸다. 회로에선 전달된 소음의 반대 파장으로 음악 감상에 방해가 되는 소리들을 제거한다. 노이즈 캔슬링은 보스의 전용 애플리케이션 ‘Bose Connect’를 통해 높음(노이즈 캔슬링에 최적화된 오디오 재현), 낮음(조용한 환경이나 바람이 부는 환경에 맞게 조정된 노이즈 캔슬링), 끄기(비활성화)로 조절 가능하다.

 

영화와 보스 QC 35

동영상 강의를 보거나 영화를 볼 때도 불필요한 잡음은 집중도를 떨어뜨리는 장애물이다. 카페는 당연하고 집이나 도서관이라 할지라도 근처에 사람들이 있는 한 헤드폰 이어패드를 넘어 소리가 들려온다. 소음을 줄이는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은 동영상 감상에도 유용하다.

보스 QC 35는 공항 근처 카페에서 ‘스텝 업 올 인’을 감상하는데 사용했다. 보스 QC 35는 노이즈 캔슬링도 수준급이었지만 특히 해상도가 뛰어났다. 영화의 음악 소리가 선명하게 출력됐고 배우들의 목소리도 깨끗하게 전달됐다. 사실 노이즈 캔슬링이 적용된 상태라도 볼륨이 낮거나 헤드폰에서 소리가 나오지 않는 상황에선 외부의 소음이 그대로 전달된다. 영화를 감상할 때도 배우들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옆 사람의 대화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지만, 노래가 나오고 춤을 추기 시작했을 때는 영화관에 온 것처럼 영화에 집중할 수 있었다.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은 일반 헤드폰을 이용할 때보다 집중도가 높아지긴 하지만 소리가 이어지지 않고 소리 사이의 간격이 있는 동영상을 감상할 때는 시끄러운 카페가 아닌 조용한 집 안이나 도서관, 독서실에서 더 효과를 볼 수 있다.

 

세상에 완벽은 없다

노이즈 캔슬링은 음악 외의 방해되는 소음을 없앤다. 하지만 노이즈 캔슬링이 적용됐다고 해도 외부 소음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는다. 노이즈 캔슬링을 최대로 한다고 해도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잡음들이 있다. 청음은 본체 볼륨 100%로, 연동한 스마트폰은 볼륨 바에 빨간 줄이 나오기 직전까지 올려 진행했다.

세 제품 모두 노이즈 캔슬링을 최대로 설정했음에도 특정 음역대의 소리를 없애지 못해 음악과 함께 전달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들리는 소음들은 대부분 하나에 집중한다면 다른 소리를 잘 듣지 못하는 것처럼 음악에만 집중하면 신경 쓰일 정도는 아니었다.

장시간 사용할 일이 많아 편안하고 부드러운 착용감을 원하는 사람은 젠하이저 PXC550 Wireless가,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해 외부 소리를 수시로 확인해야 하는 사람에게는 소니 MDR-1000X, 노이즈 캔슬링도 좋지만 음질도 놓치기 싫은 사람은 보스 QC 35이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하지만 역시 가장 좋은 것은 직접 청음을 진행한 후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헤드폰을 고르는 것이다. 그리고 노이즈 캔슬링이 적용된 상태에서 차가 지나가는 길거리를 걷는 것은 위험하니 꼭 주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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